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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1(수) 마감 브리핑

2026.10.21

🎬 2026.10.21 (수) 트렌드 마감 브리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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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 가장 강한 권력은 질문을 결정하는 권력입니다.

저는 요즘 시장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흔히 주식시장이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시장이 무엇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할 것인지는 누가 결정하는 걸까요?

어떤 시기에는 매출 성장률이 중요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영업이익률이 중요해집니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현금흐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할인받고, 현금흐름이 좋아지면 이번에는 성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기업은 그대로인데 평가의 기준이 바뀌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권력은 타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강력한 권력은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결정하는 능력일 수도 있습니다.

가령 특정 산업에 대해 시장이 성장성보다 수익성을 중요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순간 애널리스트들은 이익률을 분석하고, 기관투자자들은 수익성 개선 여부를 확인하며, 언론은 해당 기업들의 이익 창출 능력을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기업조차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성장성은 평범하더라도 시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에서 우수한 기업은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겠죠.

흥미로운 건 그 누구도 이러한 평가 기준의 변화를 공식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투자자가 서로의 판단을 참고하고, 영향력 있는 시장 참여자들의 분석이 반복적으로 인용되면서 특정한 관점이 시장의 공통 언어로 자리 잡게 됩니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말한 상징권력의 작동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어떤 판단 기준이 특정 집단에서 권위를 획득하면, 사람들은 그 기준 자체를 의심하기보다 그 기준에 맞춰 세상을 평가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것은 인식론적인 문제입니다.

어떤 기업의 가치가 실제로 변한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 달라진 것일까요?

물론 새로운 정보가 등장하면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동일한 정보라도 어떤 질문 아래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규모 설비투자는 성장의 증거일 수도 있고, 과잉투자의 징후일 수도 있습니다. 높은 영업이익률은 강력한 경쟁우위의 증거일 수도 있지만, 신규 경쟁자의 진입을 유발하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가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시장이 그중 어떤 해석에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느냐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해야 할 일도 달라집니다.

저는 이제 시장이 어떤 답을 내놓고 있는지보다, 앞으로 어떤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것인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매출 성장률을 이야기할 때는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수익성을 이야기할 때는 그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 경쟁구조를,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는 그 경쟁우위가 무너질 조건을 먼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모두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면, 그 답의 상당 부분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좋은 투자 판단은 남들보다 정확한 답을 내놓는 능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남들이 아직 던지지 않은 질문을 발견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시장은 매일 수많은 정보를 생산하지만, 그중 무엇을 중요한 정보로 취급할 것인지는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우리가 관찰해야 할 것은 가격의 변화만이 아닙니다. 시장이 기업을 평가하는 언어와 기준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어쩌면 투자에서 가장 큰 기회는 모두가 정답을 모르는 순간보다, 모두가 같은 질문만 반복하고 있는 순간에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시장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언제나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다음에 무엇이 문제가 될지를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